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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단 하나를 몇 문장에서 끊을 것인가

문단은 짧게 쓸수록 좋다는 조언과 달리 기준은 문장 수가 아니라 요지 수이므로, 세는 대신 "이 문단이 하는 말이 하나인가"를 물어야 끊는 자리가 정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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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문장 이내로 끊으라는 조언을 자주 듣습니다. 화면에서 읽기 편하고 답답해 보이지 않으니 틀린 말은 아닙니다. 다만 이 조언을 규칙으로 삼으면 두 방향으로 어긋납니다.

하나는 한 요지가 둘로 잘리는 경우입니다. 설명하려는 것이 하나인데 문장이 다섯 개 필요했을 때, 세 문장에서 끊으면 남은 두 문장이 별도의 문단이 됩니다. 독자는 문단이 바뀌었으니 화제도 바뀐 줄 알고 읽다가, 앞 이야기가 계속되는 것을 보고 되돌아옵니다.

다른 하나는 두 요지가 한 덩어리에 묶이는 경우입니다. 문장이 짧으면 세 개를 넣어도 여유가 있어 보입니다. 그래서 서로 다른 이야기 둘을 한 문단에 넣게 됩니다. 눈으로는 깔끔한데, 그 문단을 떼어놓으면 무슨 말을 하려는지 흐려집니다.

문단 나눔은 신호입니다

빈 줄이 하는 일을 여백으로만 보면 판단이 어려워집니다. 그 자리는 읽는 사람에게 여기서 한 이야기가 끝났다고 알리는 표시입니다.

그래서 나눌 때마다 독자는 다음 문단에서 새 이야기를 기대합니다. 기대가 어긋나면 읽는 속도가 떨어집니다. 반대로 나누지 않으면 두 번째 이야기가 시작된 것을 알아채지 못하고, 앞 이야기의 부연으로 읽습니다.

이 관점에서 보면 문단 나눔은 미관이 아니라 구조 표시입니다. 목차가 글 전체의 구조를 보이는 것처럼, 문단 나눔은 그 절 안의 구조를 보입니다. 아무 자리에서나 끊으면 없는 구조를 있는 것처럼 표시하는 셈입니다.

그래서 어디서 끊는가

기준을 문장 수에서 요지 수로 옮기면 판단이 단순해집니다. 한 문단에 요지 하나입니다. 문장이 몇 개인지는 그다음 문제입니다.

요지가 하나면 붙여둡니다

같은 것을 설명하는 문장들은 길어져도 한 문단입니다. 주장하고, 근거를 대고, 예를 들고, 한계를 덧붙이는 흐름은 요지 하나에 딸린 구성입니다. 이걸 나누면 근거가 주장과 떨어지고, 떼어놓았을 때 각각이 불완전해집니다.

다만 한 문단이 화면 대여섯 줄을 넘어가면 읽기가 버거워집니다. 그때는 나누는 대신 문장을 줄이는 편을 먼저 보시면 됩니다. 대체로 같은 말을 두 번 한 문장이 섞여 있습니다.

요지가 둘이면 짧아도 나눕니다

문장이 두 개뿐이어도 서로 다른 이야기면 나눕니다. 짧아서 아깝게 느껴지지만, 붙여두면 둘 다 흐려집니다.

한 문장짜리 문단도 괜찮습니다. 특히 앞 내용을 뒤집거나 결론을 못 박는 자리에서는 한 문장이 홀로 서 있는 편이 강합니다. 다만 이건 강조 수단이라 자주 쓰면 효과가 사라집니다.

표로 정리하면

상황처리
요지 하나, 문장 다섯붙여둔다. 길면 문장을 줄인다
요지 둘, 문장 둘나눈다
강조하고 싶은 결론한 문장 문단으로 세운다
앞 문단의 부연붙인다. 나누면 새 화제로 읽힌다
예시가 길어질 때나누되 예시임을 첫 문장에서 밝힌다

tip: 가장 빠른 점검

문단마다 그 문단이 하는 말을 한 마디로 적어보세요. 한 마디로 적히지 않으면 요지가 둘 이상입니다. 반대로 인접한 두 문단이 같은 한 마디로 적히면 붙여야 할 자리입니다.

길어지는 문단이 알려주는 것

문단이 자꾸 길어지면 대체로 분량을 줄이는 쪽으로 손을 씁니다. 다만 그 전에 볼 것이 있습니다.

한 문단이 계속 늘어나는 것은 아직 무슨 말을 하려는지 정하지 못했다는 신호인 경우가 많습니다. 요지가 하나로 정리되지 않아서 관련된 이야기를 계속 덧붙이는 상태입니다. 이때 문장을 잘라 나누면 긴 문단 하나가 애매한 문단 여럿이 됩니다. 문제가 나눠지기만 합니다.

그래서 손대는 순서가 있습니다. 먼저 그 문단의 요지를 한 마디로 정하고, 거기에 맞지 않는 문장을 덜어냅니다. 덜어낸 문장 중에 살릴 것이 있으면 별도 문단으로 세웁니다. 나누는 일은 마지막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화면이 좁은 기기에서는 더 짧게 써야 합니까

읽기 편하게 하려면 그렇습니다. 다만 요지를 기준으로 끊은 다음에 조정하는 순서가 맞습니다. 화면 너비 때문에 요지를 자르면 어느 기기에서도 흐려집니다.

문단이 짧으면 성의 없어 보이지 않겠습니까

요지가 하나뿐인 문단은 짧아도 완결된 것입니다. 성의는 분량이 아니라 그 문단이 할 말을 다 했는지에서 드러납니다.

목록으로 바꾸면 되지 않습니까

병렬 항목이라면 목록이 낫습니다. 다만 이유나 과정처럼 흐름이 있는 내용을 목록으로 쪼개면 연결이 끊깁니다. 목록은 나열에, 문단은 설명에 맞습니다.

한 문장 문단을 자주 쓰면 안 됩니까

효과가 줄어듭니다. 한 문장 문단이 강한 이유는 주변과 다르기 때문이라서, 여러 번 반복되면 그냥 짧은 문단들이 됩니다.

남는 이야기

문단을 어디서 끊을지 정하는 일은 문장을 다루는 일처럼 보이지만 실은 생각을 정리하는 일에 가깝습니다. 요지가 몇 개인지 알면 끊는 자리는 저절로 정해집니다. 세어서 나누는 대신 물어보는 편이 빠른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출처

이 글은 원리를 설명하는 글이라 외부 인용을 넣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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