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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지 않기로 정한 도구들

도구를 많이 쓰면 작업이 빨라진다는 통념과 달리, 판단을 대신하는 도구는 검수 시간을 늘리기 때문에 WAVERO는 쓸 도구를 고르기보다 쓰지 않을 종류를 먼저 정했습니다.

WAVERO EDITORIAL5분 읽기댓글 0

새 도구를 들일 때 기대하는 것은 단계가 줄어드는 일입니다. 실제로 줄기도 합니다. 다만 함께 늘어나는 것이 있습니다. 결과가 맞는지 확인하는 단계입니다.

이 확인 비용은 잘 계산되지 않습니다. 도구가 결과를 내놓는 시간은 눈에 보이지만, 그 결과를 읽고 판단하고 고치는 시간은 원래 하던 일에 섞여 들어갑니다. 그래서 도구를 쓴 날에도 일이 줄지 않았다는 느낌이 남습니다.

기준을 하나 세우고 나서 정리가 됐습니다. 검수 시간이 직접 하는 시간보다 길면 그 도구는 쓰지 않습니다. 성능이 나쁘다는 뜻이 아닙니다. 잘 만든 도구여도 결과를 신뢰할 수 없으면 매번 전부 확인해야 하고, 그러면 직접 쓰는 편이 빠릅니다.

종류를 나눠보면 위험이 다릅니다

같은 도구라는 말로 묶기 어렵습니다. 무엇을 대신하는지에 따라 성격이 완전히 다릅니다.

문장을 다듬는 도구

오탈자, 문법, 어색한 표현을 잡는 종류입니다. 이건 씁니다. 틀렸을 때 손해가 작고, 틀렸는지 판단하는 데 시간이 거의 들지 않습니다. 제안을 보고 받아들일지 결정하는 일은 원래 편집 작업의 일부입니다.

사실을 만들어내는 도구

통계, 사례, 출처를 채워주는 종류입니다. 이건 쓰지 않습니다. 틀렸을 때 손해가 크고, 틀렸는지 확인하려면 결국 직접 찾아봐야 합니다. 확인하려고 원문을 찾는 순간, 도구가 벌어준 시간은 사라집니다.

이 구분이 이 축에서 가장 중요합니다. 그럴듯한 숫자와 그럴듯한 출처는 검수를 통과하기 쉽습니다. 형식이 맞고 문장이 매끄러우면 의심이 덜 갑니다. 그래서 사실을 다루는 자리에서는 도구가 편의를 주는 만큼 위험도 함께 키웁니다.

판단을 대신하는 도구

무엇을 쓸지, 어떤 주제가 유망한지, 어떤 제목이 성과가 좋을지 정해주는 종류입니다. 이것도 쓰지 않기로 했습니다. 결과가 틀렸는지 확인할 방법이 마땅치 않기 때문입니다. 사실 오류는 대조하면 드러나지만, 판단은 몇 달이 지나야 알 수 있습니다.

표로 정리하면

도구가 대신하는 것결정이유
오탈자·문법 교정사용틀렸을 때 손해가 작고 확인이 빠름
문장 다듬기 제안사용받아들일지는 사람이 판단
구조·목차 검토제한적 사용제안만 참고, 결정은 직접
통계·사례 생성사용하지 않음확인하려면 직접 찾아야 함
출처 목록 작성사용하지 않음존재하지 않는 문서가 섞임
주제·제목 선정사용하지 않음틀렸는지 검증에 몇 달이 걸림
전체 초안 작성사용하지 않음검수 시간이 집필 시간을 넘김

tip: 도구를 판단하는 한 가지 질문

새 도구를 검토할 때 성능을 묻기 전에 이것부터 확인하시면 편합니다. 이 도구의 결과가 틀렸다면, 틀렸다는 사실을 얼마나 빨리 알 수 있는가. 곧 알 수 있으면 쓸 만하고, 한참 뒤에야 알게 되면 위험합니다.

아직 정리하지 못한 것

솔직하게 적어두는 편이 낫다고 판단한 부분이 있습니다.

경계에 있는 작업이 있습니다. 구조나 목차를 검토받는 일은 문장 다듬기와 판단 대행 사이에 걸쳐 있습니다. 지금은 제안만 참고하고 결정은 직접 하는 방식으로 쓰고 있는데, 이 선이 실제로 지켜지는지는 계속 봐야 합니다.

기준을 수치로 만들지 못했습니다. "검수 시간이 직접 하는 시간보다 길면"이라는 기준은 실제로 재본 것이 아니라 체감입니다. 재보려면 같은 작업을 두 방식으로 해야 하는데 아직 못 했습니다.

도구가 바뀌면 판단도 바뀔 수 있습니다. 지금 쓰지 않기로 한 것은 현재 상태를 보고 정한 것입니다. 확인 비용이 낮아지면 다시 검토해야 하고, 그때는 이 글에 덧붙이겠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AI로 초안을 쓰면 빠르지 않습니까

빠르게 나옵니다. 다만 나온 것이 초안인지 확인해야 합니다. 사실 관계와 논지를 전부 검수하면 직접 쓰는 시간과 비슷해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초안 작성보다 초안 검토에 쓰는 편이 낫다고 봅니다.

출처를 생성하지 않는다면 자료 조사는 어떻게 합니까

찾는 일은 도구를 씁니다. 검색해서 문서를 가져오는 것과 문서를 만들어내는 것은 다릅니다. 앞의 것은 원문이 남으니 확인할 수 있고, 뒤의 것은 확인할 원문이 없습니다.

제목을 도구로 뽑으면 성과가 좋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럴 수 있습니다. 다만 어떤 성과인지가 문제입니다. 클릭이 늘어나는 제목과 인용되는 제목이 늘 같지는 않습니다. 이 블로그가 보는 지표는 후자라서 기준이 다릅니다.

도구를 적게 쓰면 뒤처지지 않겠습니까

그럴 위험이 있습니다. 다만 뒤처지는 것보다 사실이 틀린 글을 내는 편이 회복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도구는 나중에 들일 수 있지만 한 번 잃은 신뢰는 그렇지 않습니다.

남는 이야기

도구를 고르는 일은 결국 무엇을 남의 손에 맡길지 정하는 일입니다. 문장을 다듬는 일은 맡길 수 있고, 무엇이 사실인지 정하는 일은 맡기기 어렵습니다. 목록을 늘리는 대신 맡기지 않을 자리를 먼저 정한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지금은 경계에 있는 작업이 남아 있으니, 정리되면 이 글을 고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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