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뉴스레터가 다시 늘어나는 이유

뉴스레터가 다시 늘어나는 것은 이메일이 새로워서가 아니라, 정해진 사람에게 통째로 도착하고 흩어지지 않는 형식이라는 오래된 성질이 지금 다시 쓸모를 얻었기 때문입니다.

WAVERO EDITORIAL6분 읽기댓글 0

새로운 도구가 계속 나오는 시대에, 돌아온 것이 하필 이메일이라는 점은 뜻밖입니다. 이메일은 오래됐고 세련되지도 않았습니다. 그런데 창작자와 매체가 다시 이메일로 글을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서 먼저 갈라둘 것이 있습니다. 뉴스레터가 늘어난 이유를 "사람들이 구독을 다시 원해서"라고만 보면 절반만 본 것입니다. 구독은 관계의 이름이고, 뉴스레터는 그 관계가 실리는 형식입니다. 지금 물으려는 것은 관계가 아니라 형식입니다. 왜 하필 이메일이라는 낡은 그릇이 다시 선택됐는가입니다.

답은 이메일이 새로워져서가 아닙니다. 이메일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습니다. 바뀐 것은 이메일이 가진 오래된 성질이 지금 환경에서 갑자기 쓸모를 얻었다는 점입니다. 그 성질이 무엇인지 보는 것이 이 글의 목적입니다.

이메일이라는 형식의 세 가지 성질

이메일에는 다른 형식과 구별되는 세 가지 성질이 있습니다. 오랫동안 당연해서 눈에 띄지 않던 것들입니다.

첫째, 정해진 사람에게 도착합니다. 이메일은 받는 주소가 분명합니다. 누구에게 갔는지가 정해져 있고, 그 사람의 받은편지함에 들어갑니다. 불특정 다수에게 흩뿌려지는 것이 아니라 지정된 한 명 한 명에게 갑니다.

둘째, 통째로 도착합니다. 이메일은 글 전체가 한 번에 들어옵니다. 조각으로 나뉘어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시작과 끝이 있는 한 편이 그대로 도착합니다.

셋째, 남습니다. 받은편지함에 들어온 이메일은 지나가지 않고 머뭅니다. 지금 안 읽으면 나중에 읽을 수 있고, 다시 찾아볼 수도 있습니다.

이메일의 성질의미
정해진 사람에게지정된 수신자에게 도착
통째로한 편이 온전히 도착
남는다지나가지 않고 머묾

이 셋은 새롭지 않습니다. 이메일이 처음부터 가진 성질입니다. 다만 이 성질이 지금 왜 귀해졌는지는 피드와 비교해야 보입니다.

피드는 흩고 지나가고, 뉴스레터는 모아서 남깁니다

이메일의 세 성질이 지금 귀해진 이유는, 그 반대의 방식이 한동안 표준이었기 때문입니다. 피드가 그것입니다.

피드는 정해진 사람에게 가지 않습니다. 시스템이 정한 기준에 따라 누구에게 보일지가 매번 달라집니다. 피드는 통째로 오지도 않습니다. 조각으로 끊긴 것들이 끝없이 이어지고, 한 편을 온전히 만나기 어렵습니다. 피드는 남지도 않습니다. 스크롤과 함께 지나가고, 방금 본 것도 다시 찾기 어렵습니다.

뉴스레터가 늘어난 것은 이 피드의 방식에 대한 반작용입니다. 흩어지는 것을 모으고, 지나가는 것을 남기려는 움직임입니다. 같은 글이라도 피드에 올리면 흘러가버리지만, 뉴스레터로 보내면 정해진 사람의 편지함에 한 편으로 도착해 머뭅니다. 형식이 다르면 같은 글도 다른 운명을 갖습니다.

note: 낡음이 곧 약점은 아닙니다

이메일이 낡았다는 것은 오래 바뀌지 않았다는 뜻이고, 오래 바뀌지 않았다는 것은 그만큼 안정적이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피드처럼 기준이 자주 바뀌지 않아서, 오히려 지금은 그 낡음이 믿을 만한 성질이 됐습니다.

형식은 도착을 보장할 뿐입니다

여기서 오해를 막아두겠습니다. 뉴스레터가 이런 성질을 가졌다고 해서, 뉴스레터로 보내기만 하면 잘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형식이 해주는 일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습니다.

이메일의 세 성질이 보장하는 것은 도착까지입니다. 정해진 사람에게, 통째로, 남는 형태로 도착시켜줍니다. 하지만 도착과 읽힘은 다릅니다. 편지함에 들어갔다고 열어보는 것은 아니고, 열었다고 끝까지 읽는 것도 아닙니다. 도착한 뉴스레터가 열리지 않은 채 쌓이기만 하면, 형식의 성질은 아무것도 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형식은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이 아닙니다. 뉴스레터라는 형식은 피드가 못 하는 도착을 해내지만, 그 도착을 읽힘으로 바꾸는 것은 형식이 아니라 내용입니다. 받을 만한 것이 도착할 때에만, 정해진 사람에게 통째로 남는다는 성질이 값을 합니다. 형식이 돌아온 이유에 취해 내용을 소홀히 하면, 도착만 하고 읽히지 않는 뉴스레터가 편지함에 쌓입니다.

형식이 해주는 것형식이 못 하는 것
정해진 사람에게 도착열어보게 만들기
한 편을 통째로 전달끝까지 읽게 만들기
편지함에 남기기다시 찾게 만들기

자주 묻는 질문

뉴스레터와 구독은 같은 말 아닙니까

가깝지만 다릅니다. 구독은 독자와 이어지는 관계이고, 뉴스레터는 그 관계가 실리는 형식입니다. 같은 구독이라도 피드로 전할 수 있고 이메일로 전할 수 있는데, 지금 다시 늘어나는 것은 그중 이메일이라는 형식입니다.

이메일 말고 다른 형식으로는 안 됩니까

정해진 사람에게, 통째로, 남는 형태로 도착하는 형식이라면 이메일이 아니어도 됩니다. 다만 이 세 성질을 두루 갖춘 형식이 흔치 않아서, 지금은 이메일이 가장 손쉬운 선택이 되고 있습니다.

뉴스레터를 시작하면 피드는 안 해도 됩니까

역할이 다릅니다. 피드는 새 사람에게 닿는 데 강하고, 뉴스레터는 이미 온 사람에게 남기는 데 강합니다. 새 독자를 만나는 일과 온 독자에게 도착하는 일은 다른 일이므로, 둘을 대체가 아니라 분담으로 보는 편이 맞습니다.

열어보지 않는 구독자가 많으면 어떻게 합니까

형식이 도착만 보장한다는 한계가 그대로 드러난 상태입니다. 이때 필요한 것은 더 많이 보내는 것이 아니라, 도착한 것이 열어볼 만한지 되돌아보는 것입니다. 도착을 읽힘으로 바꾸는 일은 내용의 몫입니다.

남는 이야기

뉴스레터가 다시 늘어나는 것은 이메일이 새로워서가 아니라, 흩어지고 지나가는 시대에 정해진 사람에게 통째로 남는 형식이 귀해졌기 때문입니다. 낡은 그릇이 다시 쓰이는 것은 그 그릇의 성질이 지금 환경과 맞아떨어져서입니다. 다만 그 형식은 도착까지만 해줍니다. 도착한 것을 읽히게 만드는 일은 여전히 내용의 몫이라는 것, 형식이 돌아온 지금일수록 그 사실을 함께 기억하는 편이 맞습니다.

출처

이 글은 이메일 뉴스레터가 다시 늘어나는 최근의 흐름을 관측해 정리했습니다.

    댓글 0

    첫 번째 의견을 남겨보세요.